국내외 AI 기반 특수교육 도구 사례를 비교하고 한국의 현 상황을 알아보고자 한다.
1. 해외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특수교육에 접목된 AI 기술의 진화
AI 기술은 최근 몇 년간 교육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수교육 분야에서의 역할은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해외에서는 장애 학생들이 더 나은 학습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AI를 접목한 교육 도구와 시스템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각 나라의 기술적 특성과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AI 기반 특수교육 도입에 있어 가장 앞서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Immersive Reader입니다. 이 툴은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분해하고, 단어 간격 조정, 글자 크기 확대, 음성 낭독, 문법 강조 등을 통해 난독증이나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텍스트를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도구는 교사들이 직접 콘텐츠에 적용해 사용할 수 있으며, MS Teams, Word, OneNote 등 주요 앱과 연동되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도구는 Bookshare입니다. 미국 교육부의 지원을 받는 이 플랫폼은 시각장애, 학습장애, 지체장애 학생들을 위해 수십만 권의 디지털 책을 AI TTS(Text-to-Speech) 기능을 통해 청취할 수 있게 제공합니다. 이 책들은 AI가 문장의 맥락에 따라 억양과 속도를 조절해 음성으로 읽어주며, 사용자는 자신의 인지 특성에 맞춰 맞춤 설정이 가능합니다. 영국에서는 Seeing AI와 같은 앱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이 앱은 사물, 글자, 사람의 얼굴, 감정 상태 등을 카메라로 인식한 뒤, AI가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방식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Seeing AI는 실생활 기반 학습 자료로 활용되며, 문해력 향상, 자립생활 교육, 안전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은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위한 AI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Empath라는 감정 인식 AI는 학생의 음성에서 감정 상태를 분석하고,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줍니다. 이를 통해 감정 표현이 서툰 학생의 정서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수업 중 개입 시기를 조절하거나 과잉 자극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외에도 AI 기반 언어 치료 도구, 가상현실(VR)과 연동된 감각 통합 훈련 앱, 동작 인식 기반의 수어 학습 프로그램 등 기술과 교육의 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교육 현장과 특수교육 기관에 이를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단지 기술의 도입을 넘어서, 장애 학생의 학습 스타일과 접근권, 그리고 자존감을 전방위적으로 고려한 설계라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은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2. 국내에서는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기술보다는 실천 중심의 변화
한국도 AI를 활용한 특수교육 기술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부와 국립특수교육원, 일부 지방교육청을 중심으로 시범사업과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해외 선진 사례에 비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국책 사업으로는 에듀에이블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시청각장애, 지적장애, 자폐 스펙트럼 등 다양한 장애유형을 고려해 멀티모달 교육자료를 제공하며, 일부 콘텐츠는 AI 기반 음성 낭독 및 단어 뜻 설명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수능 대비를 위한 특수교육 맞춤형 콘텐츠도 마련되어, 중등 교육의 학습 기회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AI 기반 자막 생성 도구나 음성명령 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청각장애 학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고 있으며, 시각장애 학생을 위해 AI 리더기(스크린 리더), AI 오디오북 앱 등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TTS 기술을 기반으로 학습자의 이해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거나 반복 듣기를 지원하는 등, 부분적인 맞춤형 학습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시도 중 하나는 경기도교육청의 AI 수어 번역기 도입 실험입니다.
공공기관 민원창구와 학교 행정처리 현장에서 수어 사용자를 위한 자동 번역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며, 향후 수업 콘텐츠에도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 및 정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기술 도입은 여전히 선택적, 제한적, 시험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도 크고, 교사 개인의 열정에 따라 도입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의 AI 이해도 및 활용 역량이 낮다는 점, 콘텐츠의 질이 아직 불균형하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또한, 장애 유형별 AI 기술의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술 도입 이후의 지속적 활용과 효과성 분석이 부족한 것도 현실입니다. 즉, 한국의 AI 특수교육은 기술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고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3.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기술보다 중요한 건 통합과 관점의 변화
해외와 국내 사례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AI 기반 특수교육 기술의 보유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TTS, 음성인식, 이미지 인식, 감정 분석 등 많은 기술이 국내에서도 개발되고 있고, 이를 교육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누구를 중심에 두고 설계하느냐는 ‘관점’의 차이에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AI를 장애학생의 삶 전반을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철학’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AI 기반 보완대체의사소통 ACC 기기를 장애아동의 일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적극 보급하고 있으며, 학교뿐 아니라 병원, 지역 커뮤니티 센터 등에도 AI 기반 학습 도구가 연계되어 통합적으로 운영됩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학교 안에서만’, ‘특정 교실 안에서만’ 기술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기술은 있지만 연결되지 않은 채 조각난 형태로 존재하는 셈입니다. 또한, 정책 차원의 방향성과 예산 배분의 일관성 부족도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AI 수어 번역기나 시각장애용 TTS 콘텐츠는 특정 지역이나 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전국적 수준에서 표준화하거나 확산하려는 전략은 아직 부족합니다.
반면, 핀란드나 네덜란드처럼 교육정책 초기부터 장애인 교육에 AI를 접목하고, 모든 공교육 시스템에 접근성을 내장한 나라들과는 정책 설계의 깊이와 범위에서 차이가 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설계하고,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연결하고 있는가?’입니다. 한국이 AI 기반 특수교육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전환이 필요합니다.
1. 기술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의 전환
2. 시범 사업에서 전국 체계로의 확장 전략 수립
3. 장애 유형별 맞춤 도구 개발과 콘텐츠 품질 고도화
4. 교사-보조자-부모의 협력 체계 구축 및 역량 강화
5. 장애인 당사자의 피드백을 중심으로 한 설계 방식 도입
AI는 장애 학생에게 따로 하는 교육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입니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AI를 더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진짜 사람 중심으로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로 통합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