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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 기술의 접근성, 진짜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가?

by 리호튜터 2025. 4. 9.

오늘의 주제는 디지털 교육 시대에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기회의 불균형, 사회적 장벽, 기술 설계의 포용성을 되짚는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된다.

 

AI 교육 기술의 접근성, 진짜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가?
AI 교육 기술의 접근성, 진짜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가?

1. 기술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

 

 AI 교육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 AI 튜터가 개인별 난이도를 조절해주고,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는 학습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심지어 GPT 같은 생성형 AI는 작문 첨삭부터 발표 원고 작성까지 도와주는 역할까지 한다. 이러한 변화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는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이 문장은 조심스럽게 다시 읽어야 한다. 정말 누구나 가능할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술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에게 AI 교육 기술은 여전히 먼 이야기일 수 있다. 디지털 기기와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교육 콘텐츠의 언어 이해도, 기술 활용 능력 등은 여전히 접근성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요인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청소년의 경우 최신 AI 교육 기술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구조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수학 학습 플랫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원활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태블릿이나 노트북, 빠른 네트워크, 그리고 기초적인 디지털 활용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문제를 넘어서, 사회경제적 격차가 기술 격차로 전이되는 구조를 반영한다. 특히 장애 아동이나 학습 부진 학생처럼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집단에게 AI 기술은 더 정교한 인터페이스와 조율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이들에게는 표준화된 기술이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기술이 열려 있다’는 말은 곧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바뀌어야 한다.

 기술 그 자체보다, 그것을 누가 어떻게, 어떤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가가 더 중요한 지점이다. 정부의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도 여전히 단편적인 장비 보급에 머무르고 있으며, 실질적 활용을 위한 교육, 정서적 지원, 문화적 접근성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우리는 기술의 보급률보다 기술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누리고 있는 실행률에 주목해야 한다. 겉으로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계층에게만 편향된 접근성을 제공하는 AI 교육 기술은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술은 공정하지 않다. 그것은 누가 설계하고, 누구를 중심에 놓고 배포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차별의 기제가 될 수 있다.

 

2. AI는 ‘표준 학습자’만 상정한다: 설계부터 배제되는 소수자

 

 AI 교육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맞춤형 학습’이라는 개념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학생의 답안 패턴, 학습 속도, 집중 시간 등을 분석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은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 비해 확실한 진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맹점이 있다. AI는 여전히 ‘표준적인 학습자 모델’을 중심으로 설계된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곧, 학습 방식이 다르거나 특수한 요구가 있는 학생들은 처음부터 기술 설계의 대상에서 비가시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학습 콘텐츠가 제공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AI 기반 교육 플랫폼은 시각 중심의 UI와 시각적 피드백에 의존한다. 스크린 리더와 같은 보조 기술이 있긴 하지만, 이들을 고려해 처음부터 설계된 콘텐츠는 극히 드물다. 청각장애 아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동 자막 기능이 있더라도, 학습 영상의 맥락이나 정서 표현은 자막만으로 온전히 전달되지 않으며, 수어 기반 영상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발달장애 아동에게는 반복과 예측 가능한 구조가 중요하지만, 많은 AI 학습 시스템은 단기적인 성취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즉, AI는 표준적 학습 궤적에서 벗어난 패턴을 ‘비효율적’으로 인식하거나, 학습자의 ‘이상 행동’으로 분석할 위험이 있다. 이는 AI가 학습자의 개별성을 존중하기보다는 정상성과 효율성의 기준에 맞추려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는 증거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기술적인 결함이 아니라, 설계 철학의 문제다. 개발 과정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나 경험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기술은 무의식적으로 주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기술 설계에서의 ‘포용성’이 중요한 이유다. 단지 누락된 기능 하나가 아니라, 학습권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차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라는 수사는 듣기에는 멋지지만, 실제로는 누구를 위한 설계인가를 묻지 않으면 공허한 말이 된다.  AI가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설계 초기부터 장애인, 다문화 가정, 학습 취약계층 등 다양한 사용자의 맥락과 조건을 고려한 사용자 중심 설계가 필수다.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기술은 오히려 더 많은 배제를 만든다.

 

3. 포용적 기술로 가기 위한 조건: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서

 

 AI 교육 기술의 진정한 접근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장비 보급이나 플랫폼 제공을 넘어, 사회적, 제도적, 교육적 조건들이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포용은 장치나 기능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 전반에 걸친 사용자 경험, 인프라, 정책,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종합적 과제다.

 우선, 교사와 학부모의 역량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장애 학생이나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의 경우, 기술을 접하는 첫 경험이 ‘실패 경험’이 되어버리면 학습 동기는 쉽게 무너진다. 이때 교사는 기술 사용을 조력하고 감정적으로 안정시켜주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연수와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교원 연수 체계는 대부분 표준적인 AI 도구 사용법에 국한되어 있어, 포용적 활용 전략에 대한 교육은 미비하다.

 둘째, 콘텐츠의 다양성과 접근성도 필수다. AI 플랫폼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안의 콘텐츠가 특정 집단의 문화, 언어, 표현 방식에만 맞춰져 있다면 접근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청각장애, 지적장애, 언어발달지연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가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포용적 설계를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특수교육, 심리학, 언어치료, 부모 등)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는 기술 기업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이다. AI 교육 기술이 교육 복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공 교육 정책 내에서 그 활용이 체계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AI 학습 도구는 민간 시장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소득 격차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기술 수준이 달라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디지털 교육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한다’는 주장과는 정반대의 현실을 낳는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AI 교육 도입’이라는 목표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도입하고, 누가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어떤 기준으로 포용성을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이 열어준 문이 진짜로 모두에게 열려 있으려면,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의 인식과 정책이 먼저 열려야 한다. 포용적 교육 기술은 기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회의 구조와 철학의 문제다.